후쿠오카 여행기 : 하카타역에서(1)
후쿠오카에 왔다.
오늘은 첫 날이고, 벌써 밤이 되었다.
새벽 4시 집에서 출발했고, 하카타 공항을 나오니 오전 11시30분. 하카타역으로 이동하니 12시가 다 돼 있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쇼핑 센터에서 베이비 오일을 사는 것. 나는 액체류란 이유로 입국할 때 그 베이비 오일을 빼앗겼고, 그래서 그것과 똑같은 것을 산 뒤에야 여행을 제대로 시작할 수 있었다.
존슨스 베이비오일은 내 폭탄 맞은 머리를 가라앉히는데 효과가 좋고, 그것이 없다면 내 머리는 윤기도 없이 말도 안 되게 커다래진다. 그러니까 존슨스 베이비오일은 내 여행 머리, 즉 내 여행 전반의 기분을 책임진다.
옷은 딱 한 벌 챙겨왔지만 머리만은 고정돼 있어야 한다. 그것이 내 기분을 좌지우지한다.
860엔에 존슨스 베이비오일 300ml를 구매했다. 한국에서는 500ml에 7000원이었는데. 비싸도 너무 비싸다.
엄청난 초밥을 먹고싶었다. 일본이라면 얏빠리(やっぱり) 그런 것이 있을 줄 알았다.
한 손에는 캐리어를 끌고, 열심히 걸었는데 생각보다 일본의 날씨는 추웠다. 7도였지만 체감상 영하였다.
지쳐버린 상태로 방문한 첫번째 초밥집은 휴무. 두번째 초밥집은 사람들이 밥 먹으면서 담배를 피웠다.
세번째 초밥집으로 향하는 동안 내 휴대폰 배터리는 10으로 줄어 있었다. 2700엔 하나 초밥은 이 고급 스시집에서 가장 싼 초밥 메뉴였다. 배가 고팠으니까 남김 없이 먹었으나, 미식가에 빙의해 맛을 다각도로 음미하려 애썼으나
그래, 그냥 초밥이었다.
우메보시가 올라가거나 깻잎이 올라가는 초밥, 유자가 들어간 미역 장국은 특이했으나 바로 그 지점, 그 특이함 때문에 내 입엔 그저 그랬다.
게다가 나는 그 초밥집에서 내 치명적 실수를 눈치챘다. 내가 챙겨온 충전기는 이곳에서 전혀 쓸모가 없다는 것. 나에게는 돼지코 충전기가 필요했는데 고급 스시집의 종업원 언니는 어쩔 줄 모르는 나를 위해 정말 아무것도,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 원망스러웠다.
이제 휴대폰 배터리는 4.
아 정말 망했구나. 스시집을 나와 거대한 후쿠오카 도시를 마주하니 진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휴대폰이 꺼지면 나는 이 도시에 버려지는 것이다.
무작정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내 폰을 살리는 것, 그 이상으로 중요한 일은 단 하나도 없었다.
“주우덴키오 카시테쿠다사이“
파파고는 내게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다. 충전기를 빌려주세요.
그곳의 손님 다섯 명에게 같은 질문을 했으나 모두가 하나같이 충전기가 없다고 했다. 그들의 대답에 뭔가 안쓰러워하는, 안절부절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면, 그들이 나를 걱정한다는 것이 멀리서 느껴졌다면 부러 속상하지는 않았을텐데.
그들 모두는 지나치게 단호했다. 나는 스타벅스를 걸어나오며 일본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말은 다 구라라고 중얼댔다.
배터리는 1.
이제 더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 나는 급히 아고다 앱을 켜 내가 오늘 묵을 숙소의 이름을 손등에 적었다. 5분쯤 흘렀을까 택시가 왔고,
<2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