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 일상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점철돼 있습니다.
처음엔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는데 이젠 인스타그램 릴스도 제작해 올립니다.
나의 욕망은 어느새 ‘유명해지기’가 되어 있습니다.
제 일상과 일들, 욕망까지도 뻔하고, 참 멋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나는 이 편지를 쓸 때면 부끄러움도 모르고 유난히 솔직해지네요.
유명해지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떤 플랫폼이든 다 찔러 보며 공략해야 한다고 누군가 그러더군요. 저는 모범생답게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시청자와 조회수, 알고리즘 이 모든 것의 눈치를 보며 나는 지금 내가 아니라 인터넷 그 자체가 된 기분입니다.
솔직히 이 모든 일들이 지친다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아니, 지쳤어요. 매일 지쳐 있는 상태로 오전 6시에 꾸역꾸역 일어나 ‘뭐라도 해야 돼.’ 억지를 부리며 엉덩이를 뭉개고 있지요.
누군가 멀리서 나를 보면 멍청하다고 할까요, 답답하다고 할까요, 한심하다고 할까요. 나는 그런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보며 나를 미워하고 혐오합니다.
회사 밖에서 일을 한다는 건 다시 말해 ‘나의 일’을 하는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나의 일’이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대체 될 수 없는 일, 그래서 오롯이 내가 되는 일입니다. 그 자부심을 지탱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나는 이 일을 하며 실시간으로 나를 잃고 있고, 거짓말쟁이가 되며, 수동적인 인간이 됩니다.
나의 유튜브에는 좋은 책을 추천해주거나, 책을 언박싱하는 영상이 주로 올라옵니다. 나는 다시 말해 북튜버입니다. 북튜버가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른 영상들보다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상이 조회수가 잘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즈음의 나는 책이 점점 싫어지고 있습니다. 읽는 것도, 사는 것도 이전처럼 기쁘고 즐겁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누구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하므로(나는 북튜버이므로) 그런 척을 합니다. 그런 척하는 모습을 영상 속에 담습니다.
세상에 꼭 읽어야 할 책은 없다고 생각하는 내가 섬네일에 “이 책 꼭 읽으세요” 그런 문장을 담고, 책을 꾸역꾸역 읽고 있는 내가 “책읽기 습관화 하는 법” 이란 문장을 섬네일에 담습니다. 그럼에도 채널의 성장은 더디고,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나 스스로와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다 눈치를 채버린 것일까요.
나는 점점 거짓말쟁이가 됩니다.
나는 조회수와 인기에 의해 나를 재창조하고 속일 수 있습니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무엇일까… 그것을 찾고 싶었습니다. 오로지 그것만을. 그런데 이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실입니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망의 근간에는 대체될 수 없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명해지지 않아도, 누구나, 인간이라면 대체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고요.
나는 왜 여전히 내가 특별해야 한다고 믿을까요. 아닌 척, 모르는 척 해봐도 생각과 욕망이 결국은 그쪽으로 뻗어 나가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회사를 다닐 때 나는 ‘진정한 나’는 서랍장 깊숙이에 숨겨 놓고 출근한 거라 스스로를 세뇌시켰습니다. 진정한 나는 거기에 있어, 그러니까 견뎌, 지금의 무기력과 슬픔은 그럴 수밖에 없는 거야, 당연해. 지금의 너는 아무것도 아니래도 ‘진정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빛나는 아이야. 넌 그 아이를 빛낼 수 있도록 지금 잠깐 희생되고 있는 거야.
나를 위로하고, 안심시킬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나로 살겠다 택한 길에서 나는 진정한 나란 정말로 실체 없는 가짜 개념이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나는 누군가를 따라하고, 미디어의 욕망을 습득합니다. 내 삶은 욕망의 구덩이에 눅눅해질 때까지 적셔졌고, 남과 다른 고유한 점은 거의 자취를 감췄습니다.
서랍을 아무리 열어봐도, 손이 닿지 않는 깊은 곳까지 뒤져봐도, 거기에서 내가 상상하던 나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나는 들판에서 잃어버린 탱탱볼을 찾아 헤매는 아이의 마음으로 체념합니다.
‘너를 받아들여.’
나는 나를 받아들일 수 없어서 ‘진정한 나’를 찾고자 애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욕망덩어리에 자주 무기력하고, 재능은 촘촘하지 못하고, 운도 그닥이며 자존심은 센 평범한 나라는 것을. 그래서 아무것도 될 수 없는 현실은 슬픈 것도, 안타까운 것도 아니요, 그냥 당연해서 실망조차 할 이유 없는 결과라는 것을.
뾰족하고, 반짝이던 나는 깨지고, 깎이고, 녹슬어 글둥글 울퉁불퉁 빛을 잃은 돌멩이가 되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이걸 받아들이면 뭐가 달라질까요?
더 단단해질까요?
더 동그래질까요?
돌멩이는 그래서 아름답다고, 누군가 말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