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집에 10kg 귤 한 박스가 배달됐다. 평균적으로 하루 8개의 귤을 섭취 중인데 건강이 이상해질 것 같다. 이상해져도 오렌지 색깔로 이상해질 것 같아서 걱정이 덜 된다.
2. 궁금한 이야기y와 유사 프로그램들의 로맨스 스캠 영상을 알고리즘의 파도에서 쫓아 보며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나 혹은 타인이 죽임당하거나 사기당하는 꿈을 꾸고 불안감에 시달리는 중이라 이 악취미를 빨리 끊어내야 한다고 생각 중이다.
3. 자소서를 쓰고 있고, 이게 꼭 스도쿠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글자 수 줄이기가 가장 신나고, 소제목 짓기는 역시 어렵다. 아무튼 재밌다! 다행히도!
4. 독감에 걸렸고 열이 39도였다. 그보다 놀란 건 일요일 오전 11시 30분의 내과 풍경이었다. ‘발 디딜 틈 없다’ 라는 문장을 완벽 재연한 대기실. 대기 시간은 1시간 30분이었고, 내과 진료 마감 시간인 1시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진료를 받았다. 의사는 별말도 없이 내 양쪽 코를 쑤시더니 3만 원을 뜯어 갔다.
5. 월화수에는 학교에서 학식을 먹는다. 500명 한정으로 1000원 학식 이벤트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잇츠미라는 어플에서 11시 45분 땡! 하자마자 학식을 결제해야 한다. 나는 꽤 자주 실패하고 있다. 실패하자마자 왠지 화가 나서 며칠 전부터는 네이비즘에서 초 단위로 시간을 확인하면서 1000원 학식을 결제하기에 이르렀다. 남들은 네이비즘 안 켜고도 잘만 하던데 나는 네이비즘을 켜도 자꾸 에러가 난다. 남들보다 한 발 더 오바하고, 근데 앞서 나가지 못하는 것이 나의 정체성 같다.
6. 아무래도 오늘의 정신 상태는 맑음. 쨍하게 깨어 있어 하늘도 많이 보고, 재밌는 상상도 많이 하고 그랬다.
7. 오랜만에 새소년의 노래를 들으면서 마을 버스에 탔다. 새소년의 노래가 오랜만인 이유는 정체 모를 (미련한) 황소윤에 대한 질투심 때문이다. 아무튼 새소년의 노래는 나를 잠시 다른 곳에 데려다 놓는 힘이 있다는 점에서 위대하다. 빨주노초 무지갯빛 버스 손잡이가 꼭 흔들 그네처럼 보였던 날.
8. 사람을 찾습니다. 라는 동아리 홍보 문구를 보았다. 사람을 기다립니다. 사람을 환영합니다. 사람을 보고 싶습니다. 같은 수동적인 동작 표현이 A4용지에 붙박인 글로서는 조금 더 어울리지 않을까. 사람을 찾습니다,가 날이 선 표현처럼 느껴진 이유는 왜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