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그냥 망신살일지도.
릴스에 내가 살랑이는 걸 올리는 일 말야. 움직이는 건 움직이는 것 그 자체일 수 없지. 우린 모두 움직임을 평가하고, 단죄하니까.
그 생각이 내 머리를 때렸을 때. 바로 그때 나는 멈춰야했어.
여.기.서. 멈.춰.라~
엉덩이는 47도 각도까지 흔들어. 거기까지야. 그 이상은 봐주는 게 어려워. 코와 눈이 일그러지는 필터, 몸을 흔들 때마다 미묘하게 바뀌는 얼굴, 그건 이해해. 다만 장원영 필터는 좀 그래. 장원영을 침해하진 않았으면 좋겠어.
미스코리아에 나가고 싶은 게 아니라면 좀 제대로 흔들었으면. 땀이 나서 헝클어진 머리카락, 대충 걷어 올린 조거팬츠, 그 상태로 진짜 춤이라는 걸 췄으면. 근데 춤추는 사람들 어디서 조거 팬츠 단체 구매하는 거야? 바스락거리는 소재거나 불꽃이 큼직하게 그려진 그거. 배꼽티 입고, 허리를 신발 끈 같은 걸로 옭아매잖아. 그럼 허리가 얇아 보이는 모양이지? 근데 그 끈말야, 신발 끈도 아니고, 어디 쇼핑몰에서 단체 구매한 (춤출 때 허리 감는 끈) 그런 것도 아니고, 조거팬츠 바지 끈이래. 그 짧은 끈을 주욱 당겨서 허리를 매는 거야. 숨만 쉴 수 있다면 다 좋다 이거야. 전형성을 따라가야지. 뉴진스가 인기면 긴 생머리로 릴스 찍어야지. 루이비통 로고 박힌 축구복 같은 거 예쁘다고 입어야지. 내가 부탁하는 건 카메라에 대고 얼굴 까딱거리면서 머리나 넘기지 말라는 거 그뿐이야.
그리고 말야 꼭 약속해줬으면 좋겠어. 가슴은 반절만 드러내기. 우리 가슴을 물건처럼 바라보자고, 그걸 줄자로 재봐. 그럼 나오는 반, 딱 그만큼만 보여줘.
자존감이라는 가면에 숨어 릴스에 춤추는 영상을 올리면 누군가 말하지. 너 참 높다~ 어 뭐가? 아 너희 집 천장말야. 아 그렇지 그렇지 높지. 그 뭐야 널 발가벗고 드러내는 일 말이야, 한편 규범에 발 맞춰가면서, 그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잖아. 그러니까 넌 높아. 뭐가? 아이 참 너네 집 천장말야.
자기표현은 의무가 되었고, 우린 표현 앞에 평가를 멀미하지. 심지어 나의 춤 앞에서도 말야. 이런 울컥울컥 개운하지 않아. 어지럽다 우리만이 우릴 평가할 권리가 있어.
인스타그램에서 춤하기란 춤하기와 다르지. 랜덤a가 세 명의 남자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와 거울 앞에서 몸을 흔드네. 한 명은 아침, 한 명은 점심, 한 명은 저녁. 모두 같은 파스타를 함께 먹었지. 거울 앞의 랜덤a는 새하얀 미니 원피스를 입고 있는데 그 원피스가 참 예쁘다고 생각해. 미용실에서 드라이 받은 머리도 마음에 들지. 그것들을 누리면서 춤을 추는 거야. 춤을 보여줄 사람이 없으면 랜덤a, 자신에게라도 보여주지. 춤을 추다 열이 오른 랜덤a는 훌렁훌렁 옷을 벗어. 탱크톱과 속바지만 남았네. 검정 속옷을 걸친 바로 그 모습으로 춤을 추지. 어느새 땀에 절어 몰입하는 척 거울을 보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랜덤a는 자기가 예쁘다고 생각해. 그걸 위해 춤을 추지.
랜덤a의 춤하기란 세 명의 남자와 파스타를 먹는 것, 그것과 다르거나 같지. 릴스에서 춤하기란 깊은지하에서 어깨를 꼿꼿이 펴고 성악하기, 우아하게 소리치기. 결코 들릴 수 없어도 진심으로 하는 것. 우리는 그것의 냄새만 간신히 맡을 수 있는 거야.
그래 나는 맥도날드 알바복을 입고 릴스에 춤하지. 살랑살랑, 그보단 덩실덩실 춤하지. 남자들과 하이파이브에는 관심 없어. 정확한 규범을 보여줄게. 잘 봐. 팔로워가 오르지. 이것은 미완과 절제의 춤.
고립
이제 알겠지. 지금 내가 맥도날드 알바복을 입고, 12시간째 이렇게 서 있는 이유. 가만히 화면을 응시해. 너흰 내 냄새만 맡을 뿐이야. 진짜 보는 건 내 쪽.
등장할 테야? 너 혹은 네가 아닌 모두의 등장을 예감하는 것. 지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하기.
춤을 추라고? 춤이라도 추라고? 나의 춤을 사랑한다는 거짓말을 들어줄게. 너희가 관심 있는 건 오직 자신. 그러니까 릴스에서 춤하기란 혼자 하는 일. 좋아요 수가 100만까지 치솟지만 혼자가 되는 일.
자, 다음 등장할 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