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은 크고, 깔끔하고, 사람이 붐비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가야 할 이유가 충분해 보였다. 거대한 건물 숲 한구석에 편히 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안락한 휴게 공간처럼 보였다.
내내 구체적으로 박물관을 보고 있으니 어느 날 번뜩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박물관은 진짜 살아 있다.
박물관에는 유물들이 전시된 방이 수도 없이 많다. 선사, 고대관부터 조각, 공예관까지. 그 방에 있는 유물들은 그냥 전시되는 것이 아니다. 때를 닦고, 광을 내고, 필요하다면 오랜 복원 기간을 거쳐야만 전시관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방 안의 유물들은 고정되어 있는 법이 없다. 그것들은 끊임없이 자리를 바꾸고, 치료받고, 지하 수장고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따라서 유물이 전시된 방은 몇 달간 문을 닫기도 한다. 그러니까 당신이 찾는 그 유물이 그날, 하필 그 자리에 있다는 건 당신이 매우 운이 좋았다는 의미다.
그런데 매일 매일 변화를 거듭하는 박물관에서 살아 있는 건 유물도, 건물도, 도깨비도 아니고, 바로 사람들이다.
유물을 옮기고, 닦고, 복원하고, 보존하는 사람들. 화장실을 청소하고, 박물관 문 앞을 지키는 사람들. 나는 박물관에 갈 때마다 그들의 기민한 발걸음을 보았고, 그들이 이 거대하고, 깨끗한 박물관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들을 보며 매일 다른 밀도로 감탄했다.
그뿐 아니라 박물관에는 계절마다 다른 꽃이 폈다. 그 덕에 박물관을 감싸는 향기는 달에 한 번씩 달라졌다. 하루는 폭포를 구경하러 갔다가 폭포 너머로 핀 무지개를 보았다. 그것은 그날만 볼 수 있었다.
날씨의 신에 의해 박물관은 살아 있다. 아름답고 청결한 모양으로. |